은퇴 장로·권사님 신앙의 흔적, 책으로 남기다

입력 2022-04-06 03:02 수정 2022-04-06 03:02

서울 양천구 새물결교회(이정철 목사)는 최근 임직자 은퇴 기념 도서 ‘다른 인생, 같은 믿음(표지)’을 펴냈다. 각양각색의 삶을 산 신앙인들이지만 신앙의 본질은 하나였다는 고백을 책 제목에 담았다. 90여쪽 분량의 문집에는 직분에서 은퇴한 강갑섭 장로와 조길자 김애옥 김인순 유재신 나귀순 정금숙 권사, 세상을 떠난 이철 안수집사의 신앙 이야기를 실었다. 은퇴자 인터뷰와 원고 작성은 이 교회 30~40대 젊은 집사 7명이 맡았다. 교회는 지난달 27일 장로·권사 은퇴 감사예배를 드리고 은퇴자들에게 기념품 대신 이 책을 선물했다.

일부 교회에서는 은퇴자에게 고가의 선물을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물결교회는 선배들의 신앙을 기록한 문집을 제작해 선사했다. 교회 사랑과 신앙 계승의 흔적이 절절하게 묻어있는 책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다.

강 장로의 글에는 일생 교회 가까운 곳에 살았던 이유가 소개돼 있다. “처음 우리 교회를 섬기면서부터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교회가 필요할 때 바로 달려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멀리 이사 갈 기회가 있어도 절대 가지 않고 이 동네에만 살고 싶었습니다.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 덕분에 지금까지 교회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일 성수하고 새벽기도 나오고 수요일과 금요일 모두 교회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솔직히 교회 가까이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아내도 그걸 원했고 저도 그렇습니다.”

새물결교회에서 은퇴한 직분자들과 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은퇴 감사예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물결교회 제공

그의 이야기는 ‘교회를 옮기지 말라’는 당부로 이어졌다. “시험이 들고 상황이 어렵더라도 교회를 옮기기보다는 되도록 한 교회를 섬기는 게 하나님에게도 좋고 본인에게도 좋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대부분 그 교회에 적응 못 하고 또 다른 교회로 옮기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김애옥 권사는 2017년 세상을 떠난 아들이 임종 전 신앙고백을 했던 기억을 전했다. “큰아들이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은 50일 동안 제 병간호를 받다 제 품에서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죽기 전 아들은 어린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걸 염려하고 두려워하면서 하나님을 부인했어요. 그때마다 저는 아들을 가슴에 안고 울며 기도했습니다. 이 소식을 교회에 말씀드리자 당시 박삼영 담임목사님께서 새벽기도 후 한걸음에 달려오셔서 아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아들은 목사님의 손을 잡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고 마침내 평안하게 주님 품에 안기게 됐어요. 저에게 박 목사님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분이십니다.”

신앙 선배들의 문집은 교회의 값진 유산이 됐다. 이정철 목사는 발간사에서 “한평생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아름답게 교회를 섬기고 은퇴하는 선배들의 수고와 헌신을 격려하고 축복하는 마음으로 문집을 만들었다”며 “동시에 젊은 성도와 다음세대들이 선배들의 믿음 발자취를 모범으로 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