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나무를 미워하는 마음

입력 2022-04-06 04:04

식목일을 앞두고 안양천과 신정산에 나무를 제법 심었다. 나무를 심을 때 예전에는 밝은 희망만 느꼈다면 요즘은 외로움이나 무기력도 조금 든다.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기후위기가 주된 이유지만 나무를 미워하는 마음을 만날 때가 종종 있어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장사도 어려운데 나무가 간판을 가린다, 나무 때문에 그늘져 음습하고 전망이 답답하다, 모기 같은 벌레가 꼬인다, 길도 좁은데 나무 때문에 더 좁다, 나무가 커지면서 낙엽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높은 데서 가지가 떨어져 위험하다, 열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심지어 나무가 커 재건축이 어렵다 등등.

사람과 나무가 가까워서 생기는 문제다. 나무 위에 집을 짓는 나라도 있다지만 우리는 전통적으로 집과 나무에 거리를 뒀다. 한옥이 습기에 약해 그늘을 멀리했고 담장을 해하는 뿌리도, 기와로 떨어지는 낙엽도 지양했다. 그래서 마당을 두고 건너에 화계나 동산을 만들어 정원이나 숲을 자연스레 꾸몄다. 뭇 생명과 습도와 바람까지 고려한 거리두기다. 그러다 도시화가 심해지며 아파트와 건물을 무작스레 지었다. 나름 나무도 열심히 심었다. 시간이 흐르며 나무는 위로 또 옆으로 훌쩍 커졌고, 그사이 건물도 숫자와 몸집을 키웠다. 덕분에 사람과 나무가 너무 가까워졌다.

나무를 미워하는 마음은 나무 때문이 아니다. 나무가 간판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보도 폭이 턱없이 좁은 것이다. 대부분 문제는 충분한 거리를 두지 못한 탓이다. 도시 공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탓이고 제대로 미리 관리 못한 탓이다. 그러다 터져버리기도 한다.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면 한껏 자란 나무는 전부 소거된다. 모두 알지만 쉬쉬하는 문제다. 사업자가 홀로 감내하기보다 함께 대응해야 한다. 최대한 현장에 보전하고, 외에는 모두 이식해내야 한다. 추가 비용은 헤아려 공공에서 보전해야 한다. 나무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적정한 거리를 두고 또 협력한다면 나무를 미워하는 마음은 자랄 틈이 없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