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트라우마센터가 4일 국민일보에 제공한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 실적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등을 대상으로 한 무료 심리상담 건수는 누적 229만3229건에 달했다. 올해는 격리 지침 변경으로 격리자가 대폭 감소해 상담건수가 그나마 줄었음에도 한 달 평균 7만여건에 달한다.
확진자들에게 가장 흔한 스트레스 증상은 수면 부족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맡은 손민재 정신건강전문요원은 “격리 탓에 활동량이 줄어든 게 이유일 때도 많지만 격리해제 수주째 개선되지 않기도 한다. 두 달째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확진으로 생긴 스트레스 증상은 코로나19 질병 자체로 인한 증상과도 구분하기 어렵다. 손 요원은 “식욕 부진이나 두통, 무기력과 우울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기존에 우울증을 앓았을 경우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확진자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박세란 서울디지털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릴까 하는 염려에서 온 불안, 바깥 활동을 못해 생기는 우울 등 증상이 있다”면서 “활동을 제약 당해 생긴 좌절감 탓에 분노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기 아이들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만 9~24세 연령 상담기관인 서울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장우민 상담사는 “아이들은 해당 나이 또래관계에서 풀어나가던 스트레스가 학교를 못 가면서 그대로 쌓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친구들과 대화하고 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통로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다. 장 상담사는 “아이들이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 놓이는 문제도 크다”며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거나 잘 표현하는 방법도 대인관계에서 익히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와중 중·고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어울릴 친구 없이 등교하는 데서 오는 혼란과 불안 역시 크다고 한다.
경제적 여파로 인한 2차 충격도 있다. (사)한국EAP협회 소속으로 고용노동부 심리안정 상담을 하는 김영란 상담사는 “코로나19 시기 50~60대의 실직 밀어내기 현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70~80대 노인 상담이 급증했다”면서 “우울·불안 증세 비율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트라우마에서 회복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라’고 제안한다. 박 교수는 “이른바 ‘전념행동’(commitment behavior)에 몰입하는 이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등 증상에서 잘 회복했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취미나 직업 혹은 육아에 이르기까지 등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