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책임총리·책임장관제’ 시동… 文정부와 차별화 나섰다

입력 2022-04-05 04:0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우리는 국민의 공복이고 국민의 머슴”이라며 “유능하고 일 잘하는 정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자기와 같이 일할 사람 고르라고 그러면 자기가 잘 되기 위해서라도 실력 없는 사람을 뽑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한 참석자가 ‘내각 중심으로 (국정의 중심을) 옮긴다는 입장을 표명하셨는데’라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윤 당선인의 발언과 관련해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실질적인 인사권 등 권한을 보장해 주는 ‘책임총리·책임장관제’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에서 장차관과 부처 주요 보직 인선까지 결정했던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제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실장은 지난 1일 내각 인선안 전체를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게 자신이 직접 보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보고는 윤 당선인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와 2일 저녁 3시간 동안 ‘샌드위치 만찬 회동’을 갖고 국정 현안과 내각 인선에 대해 협의했다. 장 실장은 “(내각 인선안을 하루 전에 보고해야) 실질적으로 만찬 회동 때 (한 후보자가) 자신의 구상을 말할 수 있다”며 “그 정도로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이어 “임명될 총리하고 앞으로 내각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3시간 이상을 (역대 정부에서) 논의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께서 실질적 인사권을, 법에 보장된 제청권을 행사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다만 “전체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는 것”이라며 “(인사) 분야를 (총리와) 나누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인사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며 “인사 추천권은 주되, 검증은 다른 팀에서 하고 장관은 차관, 총리는 장관에 대한 추천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책임총리”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이미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각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와 각 부처 장관에게 인사권을 포함한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거나 실수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지게 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고 내각 인선이 완료되기 전 청와대 참모진부터 꾸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가 국정 운영을 주도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청와대 참모진이 각 부처의 인사와 정책을 사실상 결정해 왔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모양만 (갖추는) 책임총리제에서 벗어나려고 당선인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며 “진짜 책임총리제를 해보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한을 주고 성과가 없으면 (총리와 장관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거듭 ‘실력’있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국민의 공복이고 국민의 머슴”이라며 “유능하고 일 잘하는 정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동성 구승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