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세무사시험 감사했지만… ‘공무원 특혜’ 의혹 못 밝혀

입력 2022-04-05 04:01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관계자 등이 세무사 자격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반 응시자가 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불공정 논란’을 빚은 지난해 세무사시험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세무공무원 특혜 의혹은 없었다”고 4일 밝혔다. 출제·채점·검토 등 시험 전 단계에서 비위가 있었지만 공무원 합격률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한 위법·부당한 사실은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 수험생들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세무사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을 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출제위원 선정·답안 채점·최종 검토 등 과정에서 비위 사항이 다수 확인됐다(국민일보 2021년 12월 3일자 10면 보도 참조).

이에 따르면 산인공은 규정에 따른 출제위원 선정 과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출제위원을 골랐다. 산인공은 특히 출제위원 위촉 절차를 어겼음에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규정에 맞게 출제위원을 선정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문항(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의 경우 채점위원이 동일한 답안 내용에 대해 전혀 다른 점수를 부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같은 내용을 작성했어도 한 사람은 만점, 한 사람은 0점을 받은 것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문제가 된 4번 문항에서 0점을 받은 응시자는 전체 396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025명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잡아내야 할 채점담당자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이에 따라 해당 문제에 대해 응시생 전원의 답안지를 재채점하도록 산인공에 권고했다. 국가전문자격시험에 대한 전면 재채점은 산인공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재채점 결과에 따라 합격자가 뒤바뀌는 등 당락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또 전반적인 시험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산인공에 기관 경고 조치를 내렸다. 관계자 6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권고했다.

그렇지만 ‘세무공무원 특혜’라는 핵심 의혹에는 “부당한 사실이 없었다”고 밝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부는 “시험 난이도 조작,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의 출제 개입, 시험문제 사전 유출 등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산인공에 대한 후속 조치도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재채점의 경우 극히 일부 문항에 대해서만 이뤄지는 만큼 피해구제 범위가 좁다.

황연하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 대표는 “공정해야 할 전문자격시험에서 비리가 발생했음에도 고용부는 극히 일부 문제에 대해서만 인정했다”며 “산인공은 투명한 재채점과 공무원 특혜 철폐 등 후속 조치를 통해 시험의 공정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세종=박상은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