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해 최근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2025년까지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국내 고체 추진 발사체 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북한보다 앞서고 있다는 자체 평가도 나왔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2025년쯤 전남 고흥 나로호 우주센터에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를 본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고도 500㎞ 지점에 중량 500㎏ 정도의 탑재체를 갖춘 소형 위성을 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달 30일 서해상에서 고체 추진 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전 등을 고려해 해상에서 발사했다”며 “앞으로 본발사까지 두세 차례 추가 시험발사 등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은 관련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군 정찰위성은 물론 민간 부문에서의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중대형 위성이 하던 작업을 이젠 초소형·소형 위성 여러 개가 군집해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위성의 주요 목적은 지구 관측인데, 민간과 군사 영역 모두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체 추진 방식은 액체 추진보다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연료를 사전에 발사체에 주입해 신속하게 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다수의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올리는 데 적합하다. 궁극적으로는 고체연료 방식과 액체연료 방식을 결합해 적은 비용으로 정확도를 높여 소형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다.
고체 추진 발사체 연구는 2020년 7월 28일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또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사일지침이 종료되면서 세부적인 제약도 풀려 ADD의 관련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연구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한국의 고체 추진 발사체 설계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북한과의 기술력 차이를 묻는 질문엔 “앞서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이 최근 액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선 “북한의 백두산 엔진은 사산화이질소(N2O4)라는 강한 독성을 가진 산화제를 사용하고, 연료도 발암성이 높은 독성 물질을 사용한다”며 “현대에 와선 사용하지 않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원리상 탄도미사일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번 시험발사의 성공을 전격 공개한 것이 북한의 ICBM 도발 행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남북의 치열한 개발 경쟁으로 강대강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연구기관 관계자는 “우주발사체는 미사일을 생각하고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