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부상 공백 메운다, FA로 영입 선수들 맹활약

입력 2022-04-05 04:08
프로야구에서 주축 선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감독의 시즌 구상을 헝클어뜨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올해도 시작부터 강백호(KT 위즈)와 홍창기(LG 트윈스)라는 각 팀 간판스타가 엔트리에서 이탈했지만 두 팀 모두 개막 2연전을 연승으로 장식했다. 예비한 것처럼 스토브리그에서 해당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FA선수를 영입해 놓았고 이들은 만점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의 상징과 같던 ‘거포’ 박병호는 KT 유니폼을 입고 나선 3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선제 솔로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1볼넷 맹타를 휘둘렀다. 타율 5할7푼1리로 당초 기대했던 파워에 더해 정교함까지 선보이며 ‘에이징 커브’ 우려를 걷어냈다. 당초 KT는 1루와 지명타자 자리에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간판스타 강백호와 박병호를 적절히 기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강백호가 오른쪽 새끼발가락 중족골 골절상을 입고 3~4개월 가량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갑작스레 강백호가 빠졌는데 박병호를 잘 데려왔다. 덕분에 라인업을 짜는 데 수월했고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신뢰를 표했다.

박해민. 연합뉴스

LG 박해민도 팀의 리드오프로 나서 자신이 왜 FA로 영입됐는지를 입증했다. 두 경기 2할8푼6리, 출루율 4할4푼4리로 공격에서도 힘을 보탰지만 수비에서 존재감은 그 이상이었다. 9회 말 위기에서 짧은 안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해 슬라이딩으로 건져내는 등 국가대표 중견수다운 넓은 수비 범위를 뽐냈다. LG는 지난해 출루왕(4할5푼6리) 홍창기라는 최고의 리드오프를 보유한 팀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박해민까지 영입해 외야 강화는 물론 홍창기-박해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했다. 홍창기가 개막 직전 허리통증으로 엔트리 합류에 실패하는 바람에 박해민 홀로 1번 타순을 책임졌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노경은. 연합뉴스

소속팀에서 방출돼 새 팀을 구한 선수 중에도 개막 시리즈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한 선수가 적지 않았다. 롯데에서 방출돼 SSG 랜더스에 새 둥지를 튼 베테랑 노경은은 3일 팀의 2선발로 나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NC에서 두산으로 옮긴 임창민도 개막 2경기 연속 홀드를 거두며 방출 선수에서 필승조로 급부상했다. 개막전 7회 1사 2루 위기에서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을 피안타 없이 틀어막았다. 3일 경기에서도 8회 두 번째 투수로 나서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