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동네의원에서도 대면진료를 받는 ‘일상 의료체계’가 시작된 4일 동네의원은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데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의원들은 확진자와 그 외 일반환자의 진료시간을 구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했다.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지한 대면진료 가능 동네 병의원은 전국 798곳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는 첫날 확진자 진료 수요가 몰리면서 진료시간을 제한하거나 아예 확진자를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인천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애초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확진자 대면진료를 하기로 했지만 이날 돌연 오전에만 진료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첫날부터 예상보다 많은 환자가 몰리면서 감염 우려가 커졌고 일반환자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에는 이날 오전 9시에 이미 확진자 20여명이 찾아와 대기 중이었다.
서울 강남구 한 피부과 의원은 확진자 대면진료는 가능했지만 수액 접종이나 엑스레이 촬영 등에는 난색을 표했다. 인근 다른 의원은 아예 일반환자 진료가 끝난 뒤인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만 확진자 진료를 하기로 했다. 대면진료 가능 병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랐지만 진료 문의에 “당장은 진료가 어렵다”고 응대하는 곳도 있었다.
동네의원 대부분은 상가 내에 입점해 있어 확진자 동선 분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진료 시작과 동시에 확진자들이 몰렸다. 확진자 전용 대기공간을 마련하긴 했지만 40여명의 환자들이 갑자기 내원하면서 일반 환자와 섞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다른 의원들도 비슷했다. 성동구에 사는 김모(47)씨는 접수를 마친 후 아예 이비인후과 의원 밖에서 대기했다. 그는 “병원에 오고 나서야 확진자 대면진료 병원이라는 걸 알게 돼 아예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집에 기저질환자가 있어 감염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확진자도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한다고 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사는 박모(44)씨는 “동선 구분이 안 돼 있다 보니 확진자 입장에서 눈치가 보이고 불편하다”고 전했다.
긴 대기시간으로 감염병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서구에 사는 박모(42)씨는 “확진된 후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아왔더니 1시간째 대기 중”이라며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불편과 우려에도 확진자 대면진료 자체는 병원과 확진자들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비대면 진료와 달리 직접 증상을 살필 수 있어 보다 세밀한 진료가 가능하고, 신분 인증 과정에서의 시간도 줄었다는 것이다. 확진자 비대면 진료는 확진자 등록 여부와 본인 확인 절차 등 준비작업을 거친 뒤에야 진료가 시작된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신분 인증 과정 등이 생략돼 비대면 진료보다 진료시간 자체는 간소화됐다”며 “눈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진료할 수 있어 비대면 진료보다 효율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