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인수위, 文정부 ‘꼼수’에 꼼수로

입력 2022-04-05 04:02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4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현 정부가 ‘꼼수’ 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 정부는 2017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정을 만들면서 중과 대상에 관한 규정을 대부분 시행령에 위임했고, 인수위 역시 이 점을 이용해서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만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모두 과세 대상과 기간, 세율, 요건 등 조세와 관련한 중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라고 돼 있는 조세법률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시행 의사를 밝히면서 현 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는 소득세법 104조에 명시된 사안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알려졌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에도 정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국회에서 입법하는 과정에서 절세를 기대한 기존 매물 회수 등이 발생해 가격 불안세가 재확산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인수위는 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것일까.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법(104조7항)의 허점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법에 명시됐지만, 중과의 예외 조치를 전부 시행령에 위임해놨기 때문이다. 문제의 소득세법 104조7항은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7년 12월 신설된 규정이다.


해당 법 조문을 보면 양도세 중과의 적용 대상은 ‘주택법에 따른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1가구 2주택(3주택 이상)에 해당하는 주택’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통령령이란 다주택 중과세 대상을 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 167조10항이다. 이 시행령에서는 다주택자라도 중과 대상이 아닌 일시적 2주택자 등 몇 가지 예외를 규정한 뒤, 그 외 나머지는 모두 중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주택을 투기로 간주하고 세 부담을 높였지만, 막상 다주택자 중에서도 투기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 2주택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뒤늦게 시행령에 예외 대상을 규정한 것이다.

국회를 뺀 행정부의 조치만으로 개정 가능한 시행령에 양도세 중과 예외 대상들이 규정되면서 인수위가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사실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규정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4일 “애초 현 정부가 세법 근본 취지와 무관하게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조세와 관련한 중요사항을 시행령에 멋대로 위임해 입맛대로 고쳐온 꼼수를 부리다가 그대로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규정은 엄격히 따지면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를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공언했던 새 정부가 인수위 단계에서 발표한 첫 부동산 대책에서부터 정공법(법 개정) 대신 손쉬운 시행령 개정에 기댄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현 정부의 꼼수를 비판해놓고 정작 똑같은 꼼수로 대응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중요한 법률적 사항이라도 경제 현실의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세부사항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조세법률주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