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확진자가 1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유행의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위중증·사망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방역 당국의 관측이 나왔다. 일상적 의료전달체계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부는 재택치료 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만7190명이라고 밝혔다. 전주 같은 요일보다 6만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41일 만의 최소치다. 요일별 편차를 고려해도 감소세가 확연하다.
위중증 환자와 신규 사망자 역시 이날 각각 1108명, 218명으로 집계돼 전주보다 소폭 감소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위중증·사망이 적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 같은 감소세가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원조 오미크론’ BA.1, BA.2 유행이 시일을 두고 따로 나타나며 두 개의 봉우리 형태를 띤 외국 사례와 달리 국내에선 두 바이러스의 유행 기간이 겹쳤다는 것이다.
둘의 조합인 XE 변이와 관련해서도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 차원에서 BA.2 대비 전파력이 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일단은 XE 변이 또한 오미크론 하위 범주에 속한 만큼 근본적인 대응 전략은 변함없다는 취지다.
유행 정점이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상적 의료전달체계로 돌아가겠다는 정부 구상도 탄력을 받게 됐다. 재택치료자를 대면 진료하는 외래진료센터는 이날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됐다. 확진자 본인이 약국을 방문해 약을 받는 방식도 부활할 전망이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대면 진료를 허용하기 때문에 약 수령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다”며 “관련해 수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이와 함께 현행 7일인 재택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영국은 이달 1일부터 확진 성인을 5일, 소아·청소년을 3일 격리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다만 재택치료 빈자리를 메우려면 대면 진료 기관이 지금보다 더 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화가 천천히 진행된다는 게 병독성 약한 바이러스의 전형적 특징”이라며 “재택치료 기간(7일)을 잘 넘기고도 면역력 저하 때문에 뒤늦게 폐렴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매일같이 본다”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