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少, 비정규직 多, 특혜 大… 신도 부러워할 産銀

입력 2022-04-05 00:05
KDB산업은행의 서울 여의도 본점. 연합뉴스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알박기 인사’ 논란에 휩싸인 KDB산업은행(산은)이 다른 국책은행보다 비정규직 직원은 많이 쓰고 여직원은 적게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임원은 자회사에 잇따라 재취업했다.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등 책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4일 국책은행의 경영 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자회사 포함 비정규직 수는 664명이다. 전체 임직원 5명 중 1명(19.9%)이 비정규직인 것이다.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수은)의 비정규직 비율(12.4%)보다 7.5% 포인트나 높다. 같은 시점 산은의 여성 임직원 수는 1151명으로 전체의 34.5%에 불과하다. 역시 수은의 여성 임직원 비율 41.5%보다 7% 포인트 낮다. 산은의 여성 임원 역시 전무하다.

산은 직원은 수은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오랫동안 직장에 다닌다. 2021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64만원으로 9680만원인 수은보다 584만원 높다. 평균 근속 연수도 산은 208개월, 수은 164개월로 산은이 44개월 더 길다.


산은 임원이 받는 혜택도 수은보다 크다. 산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는 2020년 기준 3444만원으로 2134만원인 수은보다 1310만원 많다. 산은 간부가 퇴직 후 자회사에 취업한 사례도 잇따라 발견된다. 2016~2019년 산은을 퇴직한 부행장 등 6명은 KDB인프라자산운용·KDB인베스트먼트·KDB우즈베키스탄·KDB캐피탈 등에 새 둥지를 튼 상태다. 산은 임원의 자회사 재취업자 명단에는 팀장급인 3급 퇴직자도 포함돼 있다. 자문역 1명만이 출자 회사(KSF선박금융)에 자리를 잡은 수은과 차이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입사 직후부터 고액 연봉과 긴 근속 연수가 보장되고, 임직원 중 다수가 근무 환경이 좋은 여의도 본점에서 일할 수 있어서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면서 “같은 국책은행인 수은보다도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사장 알박기 인사 논란으로 산은을 향한 시선은 한층 더 따가워졌다. 산은은 “대우조선 사장 인사에까지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은 이를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산은 자회사 사장 인사는 통상 청와대에까지 보고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우조선 사장 인사에는 대표적인 ‘친문(親文)’ 인사로 꼽히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지가 깊게 반영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산은 개혁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방균형발전특별위원회(특위) 주도로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위에서는 산은 본점 이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산은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