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대외여건도 불안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재정수지 악화가 경상수지 악화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0억4000만달러였다. 수출이 1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탓에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했을 때 적자가 일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단기간에 잡힐 기미가 없고, 수출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글로벌경제 성장세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수출세 제약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출 호조세 뒷받침 정책을 한번 더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외여건뿐 아니라 재정수지 악화가 경상수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쌍둥이 적자 가설에 따르면, 재정수지는 금리와 환율 등을 통해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친다. 조은영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지난달 29일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조 분석관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재정수지가 악화되면 경상수지도 악화될 수 있고, 해당 영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에 전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재정수지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더 문제다.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로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0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통합재정수지는 이미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수지 적자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경상수지 적자는 큰 충격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