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1분기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견고하게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호재에도 주가는 ‘제자리걸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 실적의 기대감보다 장기적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더 힘을 발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인텔의 대규모 투자가 변수다. 미국의 반도체 전략이 아시아 의존도 축소로 간다면, 한국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불황 조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누르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각각 매출 70조원, 10조원을 넘는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75조823억원, 영업이익 13조283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4.82%, 영업이익은 38.85% 늘어난 수치다. 이대로면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부문은 전 분기보다 실적이 다소 줄겠지만, 갤럭시 S22 출시로 스마트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매출 11조6545억원, 영업이익 3조1443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의 배가 넘는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29% 오른 6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8일에 6만원대로 떨어진 이후 7만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당 10만원을 바라볼 정도였는데 ‘6만 전자’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불확실한 장기 전망, 삼성전자 사업 전반을 둘러싼 의구심을 거론한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견조한 실적과 대비되는 부진한 주가는 단순히 체계적인 위험에 따른 영향만이 아닐 수 있다”면서 “파운드리의 실적 개선은 4나노 수율 부진으로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고,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은 갤럭시와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뢰성에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텔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불안한 변수다. 만약 미국의 반도체 전략이 아시아 의존도 축소로 방향을 튼 것이라면, 삼성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3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SK하이닉스 주가도 약세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0.86% 오른 11만7000원에 마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5만7000원으로 내렸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연초 이후 반도체 장비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2015년 반도체 불황기에 반도체 장비의 수입이 부진했고 2018년 10월 무역분쟁, 2020년 1월 코로나19 발발 시기에도 반도체 장비 수입이 둔화한 적이 있다는 걸 돌이켜 보면 반도체 장비의 수입 감소가 지속될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 수입의 감소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전조가 될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