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한국경제의 씽크탱크였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연구인력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KDI 내부에서는 위상이 재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DI 출신인 김현숙 숭실대 교수가 정책 특보로 임명되고 윤희숙 전 의원은 초대 경제수석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KDI 홀대론은 문 대통령 방문 기록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KDI를 공식 방문한 적이 없다. KDI 원장을 국무회의에 부르거나 KDI 주최 행사에 참석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 주류 경제학을 전공한 연구 인력들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면서 비롯된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KDI를 자주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2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며 KDI가 작성한 ‘비전 2011 보고서’를 경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예 KDI에서 비상경제자문회의·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정경제부와 KDI가 공동주최한 ‘참여정부 1주년 기념 국제회의’에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이처럼 대비되는 행보는 현 정부 들어 연구 인력들의 기를 꺾어 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KDI 관계자는 4일 “젊은 박사들 사이에서는 연구를 해도 반향이 없었고, 같은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보다 월급마저 적어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KDI 위상은 달라질 전망이다. KDI 출신들이 인수위 등에서 약진하고 있고, 새 경제팀수장으로 물망에 오르는 유력 후보들도 과거 KDI와 손발을 맞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KDI 관계자는 “신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KDI를 부르는 식으로 중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젊은 박사들에게 ‘KDI가 국내 최고 국책연구기관이다’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