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업계, 역대급 3중고에 ‘봄 특수’ 사라졌다

입력 2022-04-05 20:40 수정 2022-04-05 21:58
인테리어 업계가 ‘부동산 거래절벽’, 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하우징브랜드 페어&툴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인테리어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인테리어·리모델링 수요는 이사 때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사가 빈번한 봄철이 성수기인 것도 이런 이유다. 자연히 주택 거래량에 따라 업황이 엇갈려서 ‘부동산 후방산업’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거래절벽’ 때문에 인테리어 업계는 올해 ‘암울한 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원자재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5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00건(계약일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감했던 거래량이 기어이 1000건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거래량이 내림세였음을 고려해도 지난해 2월(3841건)과 비교해 4분의 1 이하로 추락했다. 2020년 2월(8301건)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인테리어 업계는 거래절벽 충격을 고스란히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인테리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 건수가 줄어든 데다 2, 3월에 오미크론 대유행이 덮치면서 2020년이나 지난해 호황기에 비하면 리모델링 건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때 인테리어 업계에 ‘깜짝 호재’로 작용했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도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였다. 전반적인 리모델링까지는 아니어도 조명, 벽지 등을 부분적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급증했었다.

그러나 봄 이사철을 앞두고 2~3월에 폭증한 오미크론 변이 여파는 차원이 달랐다. 확진자가 치솟고 자가격리자가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공사 자체를 미루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끝없이 오르는 자잿값은 큰 부담이다. 석유화학 수지인 PVC 등을 포함해 주요 자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악재로 떠올랐다. 가구업체의 주요 원자재인 목재가 러시아의 한국 금수품목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체에 따라 동남아시아 등의 다른 수입선을 확보하고 잇지만,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거래절벽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20년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거래절벽’은 어느 때보다 오랫동안 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시장과 정부의 줄다리기, 부동산 선거로 치러진 대선, 여소야대 국면의 지지부진한 공약 이행 등을 고려하면 언제 거래절벽이 멈출지 기약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에 납품하는 B2B 업체는 견딜만하지만, 소비자와 거래를 하는 B2C업체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인테리어 업계에선 부동산 거래량에 좌우되는 흐름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업황이) 주택 거래량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사 없이 리모델링하는) 공정 단축, 소음 감소, 부분 리모델링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정책과 ‘탈동조’하려는 중”이라며 “매매량이 늘면 건자재업체라든가 가구업체에는 기회요인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