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증권사 분석보고서에 왜 ‘매도’는 없나

입력 2022-04-05 04:07

“매도 의견은 1%도 안 됩니다. 매도 의견이 없어요, 없어. 그런데 제재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금융당국이 매수 의견 일색인 증권사 분석보고서 개선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기업 분석과 투자 정보가 담긴 분석보고서는 대부분 대형주를 다루면서 주식을 사라는 의견을 낸다.

그 이유는 해당 기업이 평가 대상인 동시에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기업을 깎아내리는 보고서를 내기 쉽지 않다. 또 다른 고객인 투자자 눈치도 봐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도 의견을 내느니 차라리 리포트 대상에서 그 종목을 제외하거나 중립 의견을 내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분석보고서 내용을 직접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분석보고서는) 연구자 나름의 예상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건데 ‘왜 이렇게 예상을 했느냐’고 따지기 어렵다”고 답했다. 분석보고서는 분석과 의견을 담은 것인데 한쪽 방향으로 쏠려 있다고 해서 제재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분석보고서 관련 법적 처벌이나 제재는 애널리스트가 매수 추천 종목을 미리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 시세차익을 얻게 했거나 기업 금융 업무와 관련된 성과 보수를 애널리스트에게 지급한 경우 등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증권사 분석보고서 개선을 올해 업무 계획에 포함시켰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공동 출연해 지난 1월 만든 기업리서치센터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미 활성화 돼 있는 독립리서치제공사(IRP) 사례를 들여다보고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대책에도 개선되지 않은 고질적 관행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개선될 지 주목된다.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