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친명’(친 이재명계)과 ‘비명’(비 이재명계)으로 나뉘어 공천 룰을 놓고 싸우기까지 한다. 소리 높여 외쳤던 정치개혁은 이미 실종됐다. 오직 6·1 지방선거에서 얻을 표를 계산하고 있을 뿐이다. 대선을 10일 앞두고 의원들이 모여 총회를 열어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실천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하게 약속한다”고 결의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황당할 뿐이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으로서는 지방선거 승리에 당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 패배의 이유부터 찾으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당장 눈앞의 선거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당 대표 자격으로 ‘86세대 용퇴론’을 제기한 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약속한 송 전 대표가 선거가 끝났다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모습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송 전 대표에 호응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86세대의 맏형’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 이상 걷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선거를 앞두고 분출했던 86세대 용퇴론은 찻잔 속 미풍으로 마무리됐고, 함께 약속한 동일 지역구 4선 연임 금지와 윤미향 의원 등의 제명 처리는 없던 일이 됐다. 그런 송 전 대표가 이제 와서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니 유권자는 총선 불출마 약속을 깨지 않은 사실에 박수를 쳐야 하는가.
선거구제 개편 역시 여야 합의를 통해 추진할 일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전 선거 규칙은 여야 합의로 정한다는 관례를 깨고 공직선거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다당제 정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버리고 위성 정당을 만들어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 지방의원 중대선거구제는 기초의회의 거대 양당 독점 구조를 깨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합리적인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2019년 선거법 개정 때처럼 정치개혁을 말하며 눈앞의 이익을 탐해 정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172석을 가진 원내 다수당이다. 많은 유권자가 민주당이 정치개혁 약속을 언제, 어떻게 지키는지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선거가 끝났다고 약속을 어기고, 편을 갈라 공천 룰을 놓고 싸우며 지방자치의 의미를 훼손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