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위심성(言爲心聲). ‘말은 마음의 소리’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말을 통해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말이 굳게 닫힌 마음을 열기도 하고, 불쑥 던진 거친 말 한마디가 상대에 깊은 상처가 돼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격언은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통용되는 진리이자 상식이다.
북한은 이런 상식을 거스르는, 그야말로 이해불가 대상이다. 마음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고위 당국자나 기관, 대내외 선전 매체들을 내세워 상대를 겨냥한 막말을 쏟아낸다. 모욕적인 표현이나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북한의 막말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17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성명에서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쏘아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 경제’를 언급하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다음 날 담화에서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2021년 1월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정부를 ‘특등 머저리’라고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선택한 단어나 문맥이 정상적인 집단, 상식적인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일에도 서욱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미친놈” “쓰레기” 등 막말을 쏟아냈다. 칼로 베인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낫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북한의 의도가 자신들은 상종해선 안 될 저질 집단이란 인식을 상대가 갖게 하려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고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라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모욕하는 데 따뜻한 손을 내밀 사람은 없다. 말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담겨 있다. 북한의 막말 담화는 그들이 막무가내 저질 집단이란 증거일 뿐이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