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데에는 한 후보자가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중용됐던 점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2석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총리 인준이 불가능한 만큼 ‘통합형’ 인사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통상 관료 출신으로 전문성이 탁월하다는 점도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낙점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 후보자가 하버드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주미대사를 지낸 ‘미국통’이라는 점도 인선 이유로 거론된다.
한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정성 있게 인사청문회에 대응하고 그 결과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호남 인사인 한 후보자는 김영삼정부 때도 경제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을 역임했고, 노무현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올랐다.
한 후보자가 경제·통상·외교 분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점도 인선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김대중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주미대사로 재직했을 때는 미국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가 대미 관계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후보자가 73세로 고령인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그는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은 지금 너무 좋다”고 말했다. 2007~2008년 노무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것은 높은 경륜으로도 해석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당선인께서 (원전 유지에 대해) 여러 번 말씀하셨으니 저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재건축 완화는) 분명 필요한데 재건축이 빠르게 되겠다 하면 그것 자체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부동산 정책의 방법론은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2일 오후 7시쯤 윤 당선인과 만나 ‘샌드위치 만찬 회동’을 갖고 국정 전반과 내각 인선 문제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한 만찬 회동은 3시간가량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 인사회에서 한 후보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다. 당시 한 후보자는 노무현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경험을 언급하며 “이렇게 힘든 일은 대통령 어젠다로 해야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당선인은 제주 해군기지 얘기를 꺼내면서 “노 전 대통령의 대단한 결단이 있었다”며 공감했다고 한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