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검증’ 벼르는 민주… “위기상황에 올드보이 적절한가”

입력 2022-04-04 04:03
박홍근(오른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한 후보자가 민주당과 접점이 많아 인준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총리 인준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되므로 172석(57.3%)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한 후보자의 고향이 어딘지, 어느 정부에서 일했는지는 우리의 고려 사항이 전혀 아니다”며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민주당 텃밭’인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노무현정부 총리를 지냈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이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한 후보자가)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국민 통합이 될 것’이라는 건 아주 일차원적 접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경력과 지역 연고를 따져서 이번 후보 지명의 배경으로 삼았다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국민들이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높은 눈높이로 보고 있지 않나”라며 “도덕성 문제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2007년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을 때보다 도덕성 기준이 엄격해졌음을 강조한 것이다.

정통 관료 출신인 한 후보자의 리더십이 최근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한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행했던 1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코로나19와 한반도 긴장, 기후변화를 극복할 위기 돌파형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도 한 후보자에 대해 “올드보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솔직히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지난 진보·보수 정권에 두루 중용됐던 점을 두고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여러 정권을 넘나들 수 있었던 데는 한 후보자의 능력뿐 아니라 처세술이 높게 평가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이 무리한 공세에 나설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민주당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을 강하게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도 한 후보자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예고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는 저축은행 사태 책임 문제와 론스타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는 한 후보자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한도를 푸는 바람에 다수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처하게 됐다는 의혹, 후자는 한 후보자가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해 거액의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