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컸던 ‘검·언 유착’ 의혹 2년… 검찰 수사 종결 수순 밟나

입력 2022-04-04 04:07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뉴시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에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수사 상황을 보고토록 지시했다. 이는 검찰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첫 사건 처리 의사결정 과정이다. 앞서 여러 차례에 걸쳐 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종결 처분을 건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졌지만 검찰은 그때마다 “결정된 방침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법조계는 공론화된 한 검사장 사건 처리 논의가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종결 절차가 될 것이라고 본다.

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는 채널A 사건을 2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기록이 방대하거나 관련 법리가 복잡한 사건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다른 대형 사건들도 채널A 사건보다 빠른 기간 내 수사가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앞서 기소된 채널A 기자들은 판사 1명의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았고,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판결 이후 애초 제기됐던 강요미수 의혹 구조부터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생겨났다. 1심 법원은 “기자들이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대리인의 요구로 이 전 대표를 협박한 셈이 된다”며 “상식에 반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팀의 무혐의 의견이 잦았다고 알려진 점은 의혹에 비해 입증된 실체가 크지 못하다는 인상을 키웠다. 검찰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부 사정은 2020년 말부터 언론에 알려졌다. 수사팀이 장문의 보고서를 지휘부에 올렸다는 내용, 연내 사건 종결을 건의했다는 내용 등이 전해졌지만 검찰 공식 입장은 ‘계속 수사 중’이었다. 최근에는 “1주일만 기다려 보자”는 이 지검장의 말과 함께 수사팀 의견이 반려됐다는 얘기마저 나왔는데 검찰은 크게 부인했다.

‘무혐의 방침’ 관측과 ‘계속 수사’ 답변이 장기간 양립한 일은 검찰 신뢰의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구성원 입장에서도 무엇이 사실인지 알기 어려운 일이 반복되는데, 밖에서는 어찌 볼까 싶다”고 말했다. 수사팀의 한 검사장 무혐의 보고로 추산되는 횟수가 10차례를 넘어서자 검찰 지휘부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개 강요미수 사건 무혐의 처분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는 문제 아니겠냐”고 했다.

이 지검장의 정식보고 지시는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검토가 한 검사장 무혐의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비친 뒤 이뤄졌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그간 수사팀이 숱한 무혐의 의견을 표명한 사실이 맞는다면, 그대로 처분이 이뤄져야 일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의 정식보고 이후 새 정부 출범 전인 이달 안에 사건 처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봤을 때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 경우 한 검사장으로서는 수사 시작 약 2년 만에 ‘피의자’ 족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