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불의 척결 드라마, 현실성 떨어져도 재미있네

입력 2022-04-04 04:05
tvN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군사재판이 진행되는 군사법정의 모습. tvN 제공

군사법정의 비리를 밝혀내는 tvN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은 “군 검사는 검사인가, 군인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일반 법원과 달리 군사법원에선 군검사와 군판사가 모두 국방부 소속이다. 군대식 상명하복이 존재하고 군판사의 판결보다 부대 지휘관의 명령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한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군대에 관한 고증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재벌이자 사단장의 아들인 노태남(김우석)은 입대 후 발기부전이라는 이유로 조교와 동기들에게 조롱을 당한다. 이는 최근의 군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장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노태남은 군대 밥이 맛없다는 이유로 식판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등 일병 계급의 병사가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행동도 한다. 여군으로서 첫 사단장이 된 노화영(오연수)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자신을 여자라고 무시하는 육사 동기의 얼굴을 군화발로 짓밟는 부분도 논란이 됐다. 의사면허도 없는 군인이 다리 절단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도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꼽혔다.

고증 관련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호조다. 1회(2월 28일)차에 5.3%였던 시청률은 8회차가 방영된 지난달 22일 8.8%까지 올랐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고증에 집중하기보다는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인공 도배만(안보현)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도배만은 권력에 충성하기 위해 군 검사가 됐지만, 자기 부모의 원수가 노화영임을 알고 복수를 위해 차우인(조보아)과 함께 권력에 맞선다.

권력형 비리를 처단하는 히어로의 활약상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준다. 여군으로서 입지전적인 인물인 노화영은 거대 방위산업체의 실질적 오너다. ‘군대-방산’ 카르텔의 상징인 셈이다. 이 견고한 카르텔이 도전받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어머니의 권력에 기대 사법적 특혜를 얻으려고 입대한 노태남이 수모를 겪는 모습도 기득권층의 입대 기피 세태 속에 고소함을 느끼게 한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빈센조’ ‘사내맞선’처럼 비현실적이지만 드라마로서 판타지 같은 재미를 주는 셈이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고증의 중요성은 드라마 장르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며 “‘군검사 도베르만’은 정극보다 코미디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보다 문제를 과장해서 보여주고 풍자·비판한다. 현실과 동떨어지지만, 실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