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출구전략은 거리두기 폐지다. 이에 빗댄 경제정책의 핵심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경 편성 시기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정했지만 충분한 소상공인 지원과 재정건전성 유지 사이에서 적정 규모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50조원에서 30조원대로 축소가 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축소되더라도 지출 구조조정, 국채 발행 등 재원 마련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인수위 내에서도 50조원 추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추경호 간사는 지난 1일 “당선인이 지난번 50조원 손실보상 등에 관해 이야기했고 그 와중에 지난번 1차 추경이 있었다”며 “50조원도 (그동안의) 스토리를 잘 봐야 한다. 많은 함의가 있는 숫자”라고 에둘러 말했다. 결국 50조원에서 1차 추경(16조9000억원)을 뺀 30조원대가 될 공산이 크다. 다만 30조원대로 줄어든다고 해도 미래 투자를 위해 사용하는 연구·개발(R&D)의 올 한 해 예산(29조8000억원)보다 크다.
재원 마련은 크게 세 갈래로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잉여금(일반회계 3조4000억원·특별회계 2조원가량)과 기금여유자금 등 가용한 돈을 모두 끌어온다고 해도 최대 5조~10조원 정도다. 윤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지출 구조조정을 최대한으로 하더라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재량지출에서 경직성 지출인 인건비·국방비 등을 제외하면 조정이 가능한 부분은 100조원 내외에 불과하며, 이 중 구조조정이 가능한 규모는 5~10%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총 13차례 추경이 편성됐는데 이 중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 비중은 10%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뒀던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을 칼질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련 예산 삭감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뉴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이미 사업체 등에 지원을 약속한 것도 있는데 일괄적으로 줄이거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나머지는 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다만 윤 당선인이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적자 국채 발행 최소화’를 주장해 왔던 만큼 나랏빚이 늘어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지출 구조조정을 1순위에 둔다고 해도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적자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수 있을지 얘기하는 것은 추경 총규모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섣부르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30조원으로 규모가 작아진다고 해도 여전히 큰 것은 마찬가지”라며 “재원의 상당 부분이 신규 국채 발행으로 이뤄지면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