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약속 ‘재정준칙’ 도입… ‘홍남기표’ 넘어설 수 있나

입력 2022-04-04 04:06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은 임기 1년 내 건전 재정을 위한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좌초된 ‘홍남기표’보다 한발 더 나아간 재정준칙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규모 소상공인 보상과 재정준칙 도입이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재정준칙 내용을 담은 정부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2020년 12월 제출된 이후 여야 이견 속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다만 도입 여부와는 별개로 내용 면에서 ‘홍남기표’ 재정준칙이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자체 개발한 ‘한도 계산식’의 적절성 여부, 예외조항 등 분명한 원칙·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 위기 후 복원 규정이 미미하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는 재정준칙 해외사례를 다룬 보고서에서 독일·스웨덴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정부 재정준칙의 재정적자 허용 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에서는 이보다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재정건전화법’(류성걸·송언석 의원)과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추경호 의원) 내용을 참고해봄 직하지만 문제는 이미 현재 재정 상황이 해당 안에 담긴 기준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관련 안에는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45%의 국가채무비율을 지키도록 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2% 내지 3%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올해 1차 추경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3%다.

일각에서는 재정준칙 도입이 대규모 추경을 예고하고 부모연금 지급, 노인 기초연금 인상 등 각종 복지 공약을 내세운 것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에서는 이번 정부보다 더 강제성이 부여된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당선인 공약이 감세 쪽에 치중돼 있고 대규모 지출도 예고된 상황에서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 재정준칙이 마련된다고 해도 당장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남기표’ 재정준칙도 2020년 공개될 당시 202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재정준칙을 도입할 때 바로 적용하면 재정절벽 등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유예기간을 둔다”며 “다만 새 정부가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