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손병두 이사장이 소액주주 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금지 가처분 소송이 최근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거래소 측의 집회금지 요구가 소액주주들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와 손 이사장이 지난 2월 신라젠 행동주의주주모임·금융정의연대·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소액주주 단체 3곳에 제기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전부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신라젠 행동주의주주모임 회원 10여명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손 이사장 자택 인근에서 두 차례의 피켓 시위를 열며 시작됐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이에 맞서 집회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거래소 측은 손 이사장의 휴식권과 사생활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자택 인근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거래소 측의 요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위가 모욕·폭력 없이 상당히 온건하게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소액주주 단체들이 손 이사장 자택 앞에서 두 차례의 시위만을 벌인 뒤 바로 시위를 중단했다는 점도 참작됐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필요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현재 시위가 중단된 만큼 가처분 실익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한국거래소와 손 이사장을 대리한 변호사 중 1명은 현직 거래소 법무실장이었다. 이를 두고 손 이사장이 개인 소송에 사내 법무팀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3일 “이번 가처분 소송은 손 이사장의 거래소 직무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