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미들 시위 말라” 소송건 한국거래소 패소

입력 2022-04-04 04:05
지난 3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신라젠 거래재개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거래소와 손병두 이사장이 소액주주 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금지 가처분 소송이 최근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거래소 측의 집회금지 요구가 소액주주들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와 손 이사장이 지난 2월 신라젠 행동주의주주모임·금융정의연대·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소액주주 단체 3곳에 제기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전부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신라젠 행동주의주주모임 회원 10여명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손 이사장 자택 인근에서 두 차례의 피켓 시위를 열며 시작됐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이에 맞서 집회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거래소 측은 손 이사장의 휴식권과 사생활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자택 인근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거래소 측의 요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위가 모욕·폭력 없이 상당히 온건하게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소액주주 단체들이 손 이사장 자택 앞에서 두 차례의 시위만을 벌인 뒤 바로 시위를 중단했다는 점도 참작됐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필요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현재 시위가 중단된 만큼 가처분 실익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한국거래소와 손 이사장을 대리한 변호사 중 1명은 현직 거래소 법무실장이었다. 이를 두고 손 이사장이 개인 소송에 사내 법무팀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3일 “이번 가처분 소송은 손 이사장의 거래소 직무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