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균형을 이룬 조(Most evenly balanced group).”
국제축구연맹(FIFA)은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2022 카타르월드컵 H조를 이같이 부르며 “결과를 예측해보라. 포르투갈은 역대 최고의 멤버를 보유했고, 우루과이는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를 이룬다. 한국은 혼자서 경기를 해결할 수 있는 ‘미소 짓는 암살자’ 손흥민을 자랑하고, 가나는 증기기관차 토마스 파티가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일 카타르 도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H조에 편성됐다.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각 포트의 상위권 팀들이 아닌 만큼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우루과이전은 16강 진출에 중요한 첫 단추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3일 국민일보에 “첫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승점을 확보하며 출발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견고한 우루과이 수비를 흔들기 위해선 공격 전환 시 ‘패스 앤드 무브’를 속도감 있게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8강, 5위에 올랐던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즈, 에딘손 카바니 등 간판스타의 노쇠화와 함께 하락세를 보이며 월드컵 좌절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새 사령탑 디에고 알론소 감독 부임 후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남미 조별예선에서 4연패 중이던 우루과이는 알론소 감독 지휘 아래 4연승을 기록, 남미 3위로 본선에 올랐다.
알론소 감독 체제가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월드컵 때까지 조직력을 끌어올리면 더 무서운 팀이 될 전망이다. 유럽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는 벤피카의 신성 다르윈 누녜스가 공격진에 속도감을 불어넣고 있고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중원에 있다.
가나는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다.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가나는 마이클 에시앙, 스테판 아피아, 아사모아 기안 등 황금세대 이후 침체기다. 2019년 2021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선 16강, 조별리그 탈락 등 수모를 겪었다. 4회 우승국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토마스 파티가 버티는 중원은 강점이다. 아스널의 상승세를 이끄는 파티는 대표팀에서도 안정적인 볼배급과 강력한 킥으로 전술의 핵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드컵 때는 선수단이 더 화려해질 전망이다. 가나축구협회는 월드컵 전에 허드슨 오도이(첼시), 타리크 램프티(브라이튼)의 국적을 가나로 전환하도록 추진 중이다. 둘은 잉글랜드 연령별 국가대표를 지냈지만, 21세 이전에 A매치 출전 경기가 3회 이하일 경우 국적 변경이 허용된다. 가나는 스페인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이냐키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의 합류도 추진 중이다. 전력보강이 이뤄진다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
마지막 상대인 포르투갈은 단연 H조 최강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디에고 조타(리버풀) 주앙 칸셀루(맨체스터 시티)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빅클럽의 슈퍼스타들이 많아 ‘새로운 황금세대’로 불린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한 방 있는 공격 재능들을 다수 보유한 포르투갈과 대결에선 우리의 수비형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잘 통제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며 “계속 얻어맞는 흐름을 내주면 실점 확률이 높다. 측면 윙백 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H조의 얽히고설킨 인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선수로서 한국과 싸웠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년 뒤 한국 감독으로서 조국 포르투갈과 맞대결한다. 현재 포르투갈 감독인 페르난두 산투스는 스포르팅 리스본 시절 벤투 감독의 스승이었다.
가나는 우루과이에 복수를 다짐한다. 2010 남아공월드컵 8강 당시 우루과이는 연장 후반 15분 수아레즈의 고의적 핸들링으로 실점을 가까스로 막았다. 가나가 패널티킥을 얻었지만 실축하면서 승부차기까지 갔고, 우루과이가 승리하며 기적의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커트 오쿠라쿠 가나 축협회장은 지난 1일 BBC 스포츠 아프리카 인터뷰에서 “복수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