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내 최대 개인투자자 단체를 만난다. 인수위는 이들로부터 공매도 제도 개선,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등 건의사항을 전달받고 이를 주요 정책에 반영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기관·외국인 위주로 운영돼온 국내 주식시장이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소액주주 친화적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수위 경제1분과는 이르면 4일 오후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항상 을(乙) 입장에 있어온 개인투자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는 취지다. 해당 자리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적극적으로 주선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투연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전락한 증시 관련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건의안을 인수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건의안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와 공매도 제도 개선안 등이 포함돼 있다. 다음해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법에 따라 주식 펀드 채권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순이익 5000만원 이상을 기록할 경우 최대 25%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적어도 주식에 한해서는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공매도 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한투연은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대로 개인에게 불리한 현행 담보비율(140%)을 외국인·기관 수준(105%)으로 낮출 것을 요청했다. 윤 당선인 공약에는 없지만 공매도 관련 또 다른 건의방안도 포함됐다. 우선 현재 최대 90일로 묶여있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상환 제한 기간을 외국인·기관과 마찬가지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과도한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시가총액의 3~5% 범위 내에서 ‘공매도 총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총량제가 도입되면 종목 체급에 따라 공매도 허용 잔고가 달라지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주가 방어가 용이해진다. 지난달 30일 기준 코스피 시장 공매도 잔고 1위(롯데관광개발)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금액 비율은 8.51%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동학개미 표심을 노리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증시만 바라보는 동학개미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한국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업계 전체가 인수위와 한투연의 만남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