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첫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코로나19 여파와 국제질서 재편으로 피폐해진 민생 경제를 돌보고 절반으로 갈라진 국민 여론을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정파와 무관하게 실력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역임한 적임자”라고 소개했고, 한 후보자는 국가운영의 네 가지 과제를 제시한 뒤 “협치·통합이 정책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이런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해 국민통합 토대 위에 민생을 살리는 총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후보자는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이명박정부에서도 주미대사로 일했다. 2001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2006년 체결까지 깊게 관여했다. 2007년 총리 재임 중에는 북한 김영일 내각 총리와 남북총리회담을 갖기도 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경제·통상, 외교안보 분야의 요직에 중용돼 풍부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국회 172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내각을 꾸리고 윤 당선인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는 초대 총리로서 기본적인 자질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노무현정부에서 총리로 일한 경력이 곧바로 협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력만 앞세우면 민주당과의 관계 정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신 없이 처세를 잘해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1970년 고시에 합격한 만 73세의 총리가 지금까지와는 패러다임이 다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은 아픈 대목이다. 결국 한 후보자가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만간 발표될 내각 인사는 한 후보자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파를 떠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능력 있는 인사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 총리를 구현하고, 더 나아가 책임 장관제의 기틀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과거의 ‘공신·코드 인사’가 되풀이된다면 한 후보자는 민주당의 협조는커녕 인준 표결조차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취임까지 30여일 남은 윤 당선인에게 국민이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약속한 ‘국민통합정부’를 적극적으로 구성해 소모적인 정쟁을 끝내고 국가안보와 경제회복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 후보자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