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당선인의 제주 4·3 참석, 치유와 화해의 계기 되길

입력 2022-04-04 04:0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윤 당선인은 추념식에서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며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권이지만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4·3사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천명한 것이어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광복 후 좌우 이념 대립에 기인한 4·3사건은 6·25 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컸던 현대사의 비극이다.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좌익 무장대가 경찰 지서를 습격하자 우익 청년단 및 군·경이 무차별적인 진압에 나서면서 민간인들을 포함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희생자가 3만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있고 2011년 4·3진상조사위원회가 공식 인정한 희생자만도 1만4000명이 넘었다.

오랫동안 현대사의 공백으로 남아 있던 4·3사건은 2000년 4·3특별법 제정,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와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으로 진상 규명 및 피해자 명예 회복에 다가설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국가가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 실질적인 피해 회복의 길이 열렸다. 희생자 보상금은 총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6월부터 5년에 걸쳐 지급될 계획이라고 한다.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보상에 차질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윤 당선인의 추념식 참석과 온전한 명예 회복 천명으로 우려를 덜게 됐다. 윤 당선인의 행보가 진영 대결에 갇혀 지체됐던 4·3사건 희생자들의 피해 구제를 앞당기고 이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 당선인은 보상 기간 단축, 가족관계 특례 도입, 행방 불명자 유해 발굴 및 신원 확인 등 피해자들의 추가 요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