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출사표에 민주 ‘친명 vs 비명’ 또 파열음

입력 2022-04-04 00:03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에너지정책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놓고 민주당의 내홍이 커지고 있다. 송 전 대표 차출론에 힘을 싣는 ‘친명(친이재명계)’과 이에 반대하는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도 보인다.

송 전 대표가 지난 1일 서울시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것을 두고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3일 “서울 지역 의원 20여명은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로는 서울시장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 전략공천에 반대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우상호 의원 등 다른 후보에 대한 경쟁력 조사와 함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달 31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 차출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재선 의원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기기 어려운 선거인 만큼 지더라도 ‘잘 싸웠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야 한다”며 “결국 새로운 인물이 나서서 나머지 구청장, 지방의원 선거를 이끌어야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전 경기지사 측근을 중심으로 ‘송 전 대표만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대선 막판에 민주당을 도와준 것은 결국 2030 여성층 아니냐”며 “이들을 결집하려면 송 전 대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 측은 송 전 대표가 대선 기간에 용퇴를 요청했던 86그룹의 조직적 비토가 송 전 대표 차출론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당내 대립 양상을 감안해 서울시장 후보 전략공천 및 경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선 경선으로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송 전 대표를 전략공천하는 안은 당내 반발이 워낙 클 것이다 보니 지도부로선 부담스럽다”며 “결국 송 전 대표가 경선에 참여하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중진 의원들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준비를 요청하지 않았느냐”며 “송영길이라는 선택지를 (유권자 앞에) 내놓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선 실시 여부는 당원과 의원들이 경쟁력 등을 따져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