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김여정의 대남 협박…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말라

입력 2022-04-04 04:05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며 강도 높은 대남 협박에 나섰다. 서 장관이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훈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 원점을 정밀 타격할 방침을 강조하자 발끈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서 장관에 대해선 “미친 놈” “쓰레기”라며 욕설까지 퍼부었다. 북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별도 담화를 내고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 군을 괴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군 당국의 원점 타격 경고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북한이 이례적으로 연쇄 담화를 통해 말폭탄을 쏟아낸 건 가볍게 지나갈 일이 아니다. 특히 두 담화가 북한 전체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남한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특히 이달에는 북한의 대형 기념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11일은 김 위원장의 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 15일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이다.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은 데 이어 7차 핵실험 등으로 무력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당국은 정권 교체기를 맞아 확고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남북 대결 구도가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군은 대북 감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달 중순 시행할 한·미 전반기 연합훈련을 통해 미국과의 공조 체제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말고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