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씨는 지난달 31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의 한 간병인 소개소를 찾았다. 80대 노모를 돌보던 기존 간병인이 자가검사키트 진단 결과 양성이 떴다고 알려온 직후였다.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박씨의 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데 당장 다른 가족이 돌볼 여건이 못됐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일당 5만원을 추가로 얹어주면서까지 새 간병인을 수소문해야 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후 간병인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병원에서 상주 보호자를 1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병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간병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또 환자를 돌보던 가족마저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간병인을 찾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환자를 돌보지 않던 다른 가족들도 확진되는 일이 많아 쉽게 교대를 해주기도 힘든 상황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간병인 소개소를 운영하는 유모(68)씨는 3일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4∼5시간 만에 간병인과 보호자가 연결이 됐지만 요즘엔 수요가 너무 많아 2∼3일이 걸린다”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간병) 인력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간병인 대다수가 중국 국적인데 대규모 유행 당시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방문취업 비자(H2) 갱신을 위해 출국 후 재입국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졌음에도 아예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 자리를 신규 인력이 채워야 하는데 새로 들어오는 인원이 크게 줄면서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내국인 간병인이 요양병원·시설 등 확진자가 잇따르는 곳에 근무하기를 꺼리는 것도 간병인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간병인 A씨도 자녀들의 만류에 수년간 해오던 일을 잠시 멈췄다. 그는 “요양병원에 들어갈 때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는 것도 번거롭고, 무엇보다 확진될까 두렵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일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변 동료들끼리도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요양시설 근무를 보류하자는 얘기를 나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직업소개소 대표는 “간병인들에게 격리 기간이 막 끝난 확진 환자의 격리해제통지서를 보여주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며 “‘억만금을 줘도 안 간다’는데 어떻게 얘기를 꺼내겠느냐”고 말했다. 환자와 신체 접촉이 많은 업무 특성상 격리에서 해제된 지 얼마 안 된 환자는 간병인들이 더욱 기피한다는 것이다. 간병인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환자의 확진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그는 “간혹 확진 사실을 속이는 보호자까지 있다”고 귀띔했다.
병간호 도중 환자가 확진됐을 때 간병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시선 역시 간병인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한 간병인은 “불상사만 일어나면 매번 간병인 탓으로 돌리니 그냥 안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씁쓸해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