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구독료 내고 아이폰 신형으로… 애플, 가격 장벽 낮춘다

입력 2022-04-04 04:04

애플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아이폰 등 애플 기기를 이용하는 월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고가인 애플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을 낮춰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관건은 양쪽 모두 만족할만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지 여부다.

미국 경제 포털 야후파이낸스는 “애플의 하드웨어 구독 서비스는 더 많은 사용자를 의미한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수익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3일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는 애플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1000달러 이상인 아이폰13 프로 맥스나 이보다 3~4배 비싼 맥북 제품을 목돈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가격 장벽 때문에 애플의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구독 서비스는 애플의 가격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같은 이유로 애플 입장에서도 추가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져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면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하드웨어부터 앱까지 사용 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애플의 생태계 전략 덕분에 일단 애플 기기에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당장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초기 비용 감소에 따라 애플 실적에 단기적 영향을 주겠지만, ‘생태계’에서 다양한 수익을 거둬 장기적으로 매출이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적절한 조건의 구독 프로그램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애플 기기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애플이 애플TV+, 애플피트니스+ 등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월 사용자에게 요금을 받으면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애플은 제품 출시 시기에 따라 실적이 오르락 내리락하는데,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면 등락폭을 줄이고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게 된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회사에 대한 전망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적절한 ‘월 구독료’다. IT매체 씨넷은 “사용자들은 보상 판매, 이통사 보조금 등 선택할 수 있는 구매 옵션을 많이 보유한다. 애플의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면 다른 옵션보다 훨씬 저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미 많은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부터 이통사 요금제, 클라우드 저장공간 등으로 월 단위 구독 서비스는 증가세다.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추가하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이 구독 서비스를 2023년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