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부실시공 예방을 위해 공공이 발주한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원청사(원수급자)가 하도급을 주지 않고 자기 역량으로 시공하는 ‘직접 시공’을 확대키로 했다. 광주 학동 참사로 영업정지 8개월 중징계를 당한 HDC현대산업개발처럼 고질적인 하도급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건설협회, 시공사, 외부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직접 시공 확대 및 관리방안을 마련했다고 3일 밝혔다. 우선 서울시 및 투자·출연기관에서 공사를 발주할 때 토목·골조 공사 등 안전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직접 시공 대상으로 지정하고 입찰공고문에 명시한다. 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업체는 직접 시공 계획서를 작성해 발주기관에 제출하고 직접 시공해야 한다.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300억원 이상의 대형 공사 입찰 시에는 직접시공 계획 비율에 대한 평가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직접 시공 50% 이상은 3점, 40~50%는 2점 등으로 직접 시공 비율에 따른 평가를 반영시켜 공사 참여업체의 자발적인 직접 시공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 점검반인 ‘공정건설지킴이’ 제도를 신설해 직접 시공 계획을 상시 점검할 방침이다. 직접 시공 계획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계약해지 및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기로 했다.
직접시공 비율이 50% 미만인 공사도 하도급 계약 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으로 확대한다. 심사위는 건설업자가 하도급 계약을 신청할 경우 시공 안전 및 품질 확보 등을 검증하는 기구다.
또 직접 시공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법령 개정도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서 100억원 이하로, 시행령에서 70억원 미만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는 직접 시공 의무대상을 일괄 100억원 미만으로 상향토록 시행령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도급금액에 따라 직접 시공 비율을 차등 적용토록 한 현행 규정도 일괄 50% 이상으로 강제토록 건의키로 했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시공사도 책임지고 직접 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