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는 출범 40년을 맞았다. 불혹의 한국야구는 각각 80년, 120년이 넘는 역사의 일본,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와 국제대회에서 각축을 벌이는 등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또 의미 있는 많은 기록을 양산했다. 다만 미·일과 달리 거머쥐지 못한 기록이 있는데 바로 퍼펙트 게임이다.
퍼펙트 게임은 한 투수가 9이닝 이상 상대팀 타자를 한 명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고 승리를 따내며 마무리 짓는 완전무결한 경기다. 투수의 실력은 기본이고 수비의 도움, 행운, 팀의 득점까지 맞물려야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에서 23번, 일본에서도 15번에 그친 대기록이다. 그럼에도 미·일 프로야구에서 산술적으로 5~6년에 한 번은 나오는데 한국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쉽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8월 15일 삼성 라이온즈 투수 황규봉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9회 1사까지 퍼펙트로 막다가 안타를 맞았다. 이때만 해도 퍼펙트 게임이 40년 가까이 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한 팬은 거의 없었다. 2007년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도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9회 1사까지 완벽한 경기를 했지만 고비를 못 넘겼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올 시즌 개막전에서 벌어졌다.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가 2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한 타자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SSG 타자들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10회 초 SSG가 뒤늦게 4점을 냈으나 폰트가 10회 말에 교체돼 퍼펙트 게임이 눈앞에서 날아갔다.
아쉽지만 실망은 금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2회까지 퍼펙트를 유지하다 깨지거나(1959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하비 해딕스), 9회 초 2아웃까지 퍼펙트 게임을 펼치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때 오심으로 좌절된 일(201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아르만도 갈라라가)도 있었다. 척박한 환경과 역경을 딛고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우뚝 선 프로야구가 비원의 고지에 성큼 다가간 것만으로도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