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신학자’(The Pastor Theologian)란 정체성이 있다. 목사가 신학자였고 신학자가 목사였던 때, 목회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목사는 교회를 이끌어가는 신학자이면서 영혼을 돌보는 목양자였다. 백금산(59) 목사는 목사 신학자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 백 목사는 개혁신학 서적을 주로 내는 출판사 부흥과개혁사를 설립했고 평생 신학 공부를 지향하는 평생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예수가족교회를 담임한다.
백 목사를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예수가족교회에서 만났다. 북카페로 꾸며진 교회 로비에는 부흥과개혁사에서 출간한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그는 “교회는 성경학교 또는 신학교이고, 목사는 성경 교사나 신학 교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 의식 속에서 목사와 신학자는 하나의 직분”이라며 보편적인 목사 신학자의 회복을 강조했다.
이는 백 목사의 사역을 보면 금방 수긍할 수 있다. 그는 1998년 설립한 부흥과개혁사를 통해 장 칼뱅, 존 오웬, 조너선 에드워즈, 로이드 존스 등 영적 거장으로 불리는 이들의 저서를 포함해 개혁신학의 토대가 되는 신학 서적 680여권을 출간했다. 성도와 목회자를 위해 평생아카데미라는 대안 신학교를 세웠고 평생 공부하는 목회자 독서모임인 ‘평공목’을 만들었고 독서클럽 지도자를 양육한다.
“평공목의 독서 클럽은 평생 공부를 지향한다. 신학대학원에서의 신학 공부는 평생 신학 공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독서토론 모임을 통해 신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또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목회자로서 평생 공부를 실천하기 위해 운영 중이다.” 그가 평공목 사역을 하는 이유는 좋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클럽의 모델은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생겨난 개혁파 목회자들의 모임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목회한 칼뱅의 ‘콩그레가시옹’ 등이 있었다.
그가 목회자의 길을 꿈꾸게 된 것은 어린 시절 다녔던 경북 김천 농소교회에 있던 책 덕분이었다. “시골 교회 캐비닛에 신앙 관련 도서들이 있었는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목회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작은 교회이다 보니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교회학교 교사를 해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회학교 오후 설교를 했다.”
81년 고려대 교육학과에 진학했다. “교육학을 공부하면 뭐든 잘 가르칠 수 있을 거 같았다(웃음). 대학 때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활동했고 그때까지 공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학에 빠져든 것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군대를 제대한 91년부터다. “우연히 강해설교자로 유명한 로이드 존스의 책을 읽게 됐다. 존스의 책을 하루에 거의 2권씩 읽으면서 신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존스는 정규 신학교를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공부한 의사 출신 목회자였다. “존스를 통해 설교가 목회자의 본질적 사명이고 목회의 꽃은 설교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 18세기 미국 대부흥 운동의 주역이었던 조너선 에드워즈를 공부하게 됐다. 에드워즈는 교회사에서 음악의 모차르트에 비견할 천재였다. 개혁신학과 대부흥의 체험을 집약하는 인물이다.”
92년 말 서울 연희교회 부목사로 부임했는데 담임 목사 공석으로 설교를 많이 했다고 한다. “부목사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했는데 나는 주 1회 대학부 설교를 했다. 어떤 주간엔 14회나 설교를 하기도 했다. 목회자에겐 설교 준비가 곧 신학 공부다. 이때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97년 새 담임이 오면서 백 목사는 진로를 고민했다. 유학 후 교회에서 목회하거나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새벽 기도 중에 교회 개척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 예수님이 오시려면 이 땅의 모든 미전도종족에게 복음이 전해져야 한다는 전도 운동이 강할 때였다. 인생은 짧은데 교회를 개척해 미전도종족을 입양하고 청년들을 전도해 선교에 이바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8년 신촌에서 60여㎡ 공간을 빌려 예수가족교회를 설립했다. 같은 해 부흥과개혁사를 시작했고 목회자 공부 모임도 열었다.
그는 다음 달 2일부터 팽생아카데미에서 다니엘서 강의를 시작한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도 살아야 하는 이중 국적자다. 기독교인은 세상 속에 있으면서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처럼 살아간다. 이 땅에서 나그네처럼 살아가는 삶 혹은 두 나라 국민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가장 선명하게 그 원리와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다니엘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성도들이 온라인 설교와 예배에 익숙해진 상황을 경계했다. “이제 성도들은 인터넷으로 수많은 교회 목회자의 설교를 쇼핑하듯 들을 수 있다. 더 좋은 설교를 듣는 장점도 있지만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잊고 지극히 개인적인 신앙을 가지게 할 위험이 있다. 성경은 교회가 몸과 같은 공동체라고 했다. 우리는 교회에 속해야 하고 인터넷 설교 시청도 소속 교회 목사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