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갈등이 심화되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격화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만찬 회동을 갖고 서로 협력하기로 한 약속을 벌써 내팽개친 모양새다. 양측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놓고 구체적인 실무협의에서 삐걱거리더니 인사권, 급기야 서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부인까지 끌어들여 상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원만한 권력 이양은커녕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날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 선출에 대해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고 공개 비판한 것에 대해 “모욕적인 브리핑”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인수위 측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 대표 선출을 두고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공격했다. 박 대표는 대우조선에 입사해 36년간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해 회사 노조는 물론 임직원들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적지 않은데, 인수위 측이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하자 청와대가 발끈한 것이다. 실체적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양측이 거친 발언을 쏟아내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으로 형성된 우호적인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 언론이 연일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류비 관련 의혹 공세에 나서자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 의혹부터 수사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급하며 “사악한 정치 공세는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곧 영부인이 될 김건희씨를 둘러싼 범죄, 비리 의혹들을 규명하는 문제 또한 매우 시급하다”고 되받아쳤다.
신구 권력 갈등은 문·윤 만찬 회동으로 해소되는 듯했다. 회동 직후 양측 모두 서로 협력해서 원만한 권력 이양에 나설 뜻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더 심하게 싸우고 있다. 상대에 대한 예의나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서로 막말을 주고받으며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렇게 무책임한 막무가내식 권력 다툼은 과거 어떤 권력 이양기에도 없었다. 곧 떠나야 할 대통령, 새로 취임할 대통령은 물론 국민에게도 참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양측은 더 이상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고 즉각 화해와 협치에 나서라.
[사설] 막무가내식 신구 권력 다툼 볼썽사납다
입력 2022-04-0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