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73)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한 전 총리에 대한 막판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을 총리로 발탁하는 카드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31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 총리로 새로운 인사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사람은 뭐, 다 나왔지 않는가”라면서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군으로 이름이 나온 인사 중에서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나온 분들 중에서”라고 답했다. 장 실장은 또 “지금 얘기된 분들은 다 대충 만났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4월 초 총리 인선 발표를 위해 검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일 윤 당선인이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총리 인선에 대해 “지금 여러 분들을 놓고 검증도 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 때문에 조금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직 발표하려면 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 두루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총리로 세우겠다는 뜻이 강해서 한 전 총리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정부 마지막 총리를 역임했고, 이명박정부에서는 주미대사로 발탁됐었다. 또 경제부총리와 통상산업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도 지냈다.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 모두에 정통하면서 전북 전주 출신으로 국민 통합에도 적합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과거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도 했고, 노무현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인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임명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국가를 위해서 봉사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70대를 넘긴 고령인데다 이미 총리를 역임한 인사여서 새 정부 총리로서의 상징성과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총리는 이력이 화려하고 경험이 풍부하지만, 거의 20년 전 인사 아닌가”라며 “그동안 경제 환경이 많이 변화했는데 과거 경험만으로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호남(전남 보성) 출신 ‘경제통’인 임 전 위원장을 총리로 지명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막판 검증 작업이 두 인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등을 지냈다. 박근혜정부 말기에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내정됐으나 탄핵 정국 속에 인사가 불발됐었다. 임 전 위원장은 최근 로펌 고문으로 고액의 급여를 받아온 점이 부담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