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사진) 법무부 장관이 31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관련 ‘채널A 사건’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추진하다 비판이 일자 취소했다. 박 장관은 1년8개월 전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전임 추미애 장관이 박탈했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려 했다. 그러나 한 검사장 연루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재차 무혐의 의견을 개진한 상황에서 검찰총장 지휘권을 되살려 무혐의 종결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오해의 우려가 있다”며 논의 중단 뜻을 밝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채널A 사건 등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법무부 검찰국에 내렸다. 추 장관 시절 두 차례 수사지휘권이 발동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5개 사건까지 모두 원상복구하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사건들의 수사지휘권 복원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일선 부서에선 수사지휘권 복원이 사실상 또 다른 수사지휘권 행사인 점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대검 등에 전해지자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했을 때 바로 복원한 것도 아니고 이제와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응이 일었다.
수사지휘권 발동 추진 지시를 놓고 검찰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장관은 결국 한걸음 물러났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퇴근 시간 무렵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이 특정인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막고자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는 내용의 왜곡된 기사를 보도했다”며 “진의가 왜곡된 내용이 기사화돼 오해의 우려가 있어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역대 네 차례 발동에 그쳤던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임기 말의 박 장관이 무리하게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후퇴’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 사람(한 검사장)만 겨냥해 수사지휘권 회복을 고려한 걸로 비춰지는 것에 정말 놀랐다”고 했다.
채널A 사건은 2020년 7월 추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지휘권을 넘긴 사건이다. 검·언 유착 의혹이 제기된 한 검사장이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이유였다.
당시 검찰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로 기소했을 뿐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년 동안 한 검사장 수사를 진행하며 11차례 무혐의 의견을 지휘부에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스스로 “나는 갈 사람”이라고 칭한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토한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번 발동했던 수사지휘권을 다시 거둬들이는 것은 어떤 의도이든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