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옷값 의혹’이 청와대의 공식 해명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정치권의 공세가 더해지며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31일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유감을 표한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는 지난 29일 ‘김 여사 의상 구입에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쓰였다’는 온라인상의 의혹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영부인의 옷은 사비로 샀거나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지원받아 사용한 후 반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30일에는 문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생활비로만 13억4500만원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여사 옷값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비로 옷값을 부담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생활비 액수 공개로 해석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청와대 측의 해명은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졌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30일 오전 TBS 라디오에서 “(모든 의류와 장신구는) 사비로, 카드로 구매했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 됐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탁 비서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의류업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후 김 여사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한복 등을 현금으로 결제했고, 대금도 김 여사가 아닌 청와대 비서관이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는 같은 날 밤 “여사의 사비를 현금으로 쓴 것”이라면서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안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탁 비서관의 발언을 뒤집고 ‘현금 결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여사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옷값을 현금으로 지불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여옥 전 의원은 31일 “요즘 신용카드 안 쓰고 현찰만 쓴다? 눈먼 돈, 꼬리표 뗀 돈, 검은돈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 “(의류 구입을) ‘모두’ 사비로 했다는 주장은 반례 하나에 깨진다”며 “특활비 지출 사례가 나오면 모든 옷 구매 내역을 공개하고 옷을 다 반납하고 가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반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등이) 마치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를 마구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여사를 감쌌다.
논란이 지속되자 청와대는 재차 진화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브리핑에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유감을 표한다”며 “청와대 특활비는 매년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건도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해당 의혹이 더 확산되면 임기 말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의 옷 현금 구매’에 대해서도 “현금으로 지출하든 카드로 결제를 하든 모두 사비의 영역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과 다른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