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익는 동안
누가 나를 보았다고 한다
7년 전
토마토는 몇 번
나는 한 번 더 익었다
익다가 죽기도 하는구나
몇 개 죽고 나서
나는 몇 개로 보일까?
내 몸에 몇 개의 점이 더 생겼고
이후로도 컴컴할 몇 개의 방이 비어 있고
몇 개의 주머니에 비누 거품 같은 결심
늘 견디지 못하고 세상으로 나오는 굽은 못
몇 개를 본 사람들이 있다
몇 개의 내 못들은 모두 나선형
위로 오를수록 어깨 너머로 꽃잎이 없어지고 결심 몇 개 따라가 죽고
토마토가 익는 동안
다른 토마토가 열리지 않는 동안
연필 몇 개 하얗게 깎아 주고 있다
토마토가 익는 사이로
얼마만큼씩 빛은 없어지는 걸까
여름은 이미
다른 곳에서 어떤 생을 사랑하고 있다
누가 나에게서
익지 못하는
푸른 토마토 몇 개 보았다고 한다
-최문자 시집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 중
토마토를 보면서 죽음을 생각한다. 토마토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을 ‘소멸’이라는 흔한 단어가 아니라 ‘익음’과 연결시킨다. “익다가 죽기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