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한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대표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두 대선주자급 인사의 ‘빅매치’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도가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여야 후보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민주당 후보에게는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홈그라운드’를 지켜내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한 차원 키울 수 있는 자리다. 국민의힘 후보 입장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이 전 지사에게 절반 넘는 표를 몰아줬던 경기도민의 마음을 지방선거에서 되돌릴 수 있다면 서울시장 선거 못지않은 파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김동연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민주당은 당내 경선부터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기도를 새롭게 바꾸는 데 제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범정치교체 세력’에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며 “제가 승리하면 갓 출범할 윤석열정부가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장 치열한 당내 경선을 뚫어내는 것이 과제다. 5선의 조정식 안민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로 벌써부터 경선 규칙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권리당원 여론조사 50%+일반 유권자 여론조사 50%’인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당내 조직이 취약한 김 대표에게는 불리한 방식이다. 김 대표는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쿨하게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지금 권리당원 50% 룰은 저처럼 바깥에서 온 사람은 불공정하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교체는 기득권을 깨는 것이 핵심”이라며 “민주당부터 그런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정치교체 실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경선 룰 변경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안 의원은 “경기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은 후보자 간 합의가 필요한데 이 합의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유 전 의원의 출사표에 출렁였다. 유 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깊이 생각했고, 이제 저의 마음을 확고히 정했음을 보고드린다”며 “경기지사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고민하던 유 전 의원은 가까운 의원들의 강한 요청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개혁보수의 정치를 경기도에서 꽃피우겠다”며 “진영을 넘어서, 정당을 떠나서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합의의 정치를 꼭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통합과 중도보수 이미지를 앞세워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선주자급인 유 전 의원을 내세울 만큼 경기도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지역으로 보고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인구 1380만명이 밀집해 있는 최대 지자체일 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재직했던 곳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유 전 의원 외에 함진규·심재철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은 김은혜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도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현수 이가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