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공공의 적은 디펜딩챔피언 KT 위즈였다. 챔피언을 꺾고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 구단의 도발에 사령탑은 “지속 가능한 강팀이 되겠다”고 응수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해 좋은 시간을 보냈고 올 시즌도 ‘팀 KT’ 답게 지속가능한 위닝팀, 강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바로 뒤이어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해도 열심히 해서 늦게까지 좋은 모습 보이고 우승컵을 찾아오겠다”고 맞불을 놨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 역시 “지난 3년 연속 (여러 이유로) 한국시리즈를 저희 홈 고척돔에서 치렀는데 다른 팀이 우승하는 모습만 TV로 지켜봤다”며 “올해는 기필코 한국시리즈에서 고척돔 주인이 키움임을 알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들은 더 강렬하고 솔직하게 KT를 견제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은 “작년에 너무 아쉽게 타이브레이크까지 가고 KT에 져서 우승을 못 했다”며 “올해는 확실히 승차를 벌려 그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나성범(KIA) 구자욱(삼성)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등이 차례로 KT를 지목하자 김광현(SSG) 역시 “공공의 적이 된다는 게 좋은 거다. 원래 챔피언 벨트는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팀에 새로 합류한 박병호(KT)는 “여러 팀에서 꼽아주시니 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수성을 다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3년 만의 미디어데이, 만원 관중과 함께할 개막전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추신수(SSG)는 “국내 관중들 열정을 몸소 느끼고 싶어서 한국에 온 이유도 있는데 지난해는 아쉬웠다. 올해는 만원 관중을 현실로 이루게 돼 너무 기대되고 기분 좋다”고 했다. “팬분들 앞에 개막 경기를 치러 매우 설렌다” “열심히 해서 팬들을 꼭 야구장으로 모시겠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겠다” 등 ‘팬 퍼스트’를 강조하는 기류가 강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며 신인 중 혼자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도영(KIA)은 “‘제2의 이종범’ ‘바람의 양아들’이라는 별명이 너무 영광스럽고 나름 성공했다 생각한다”면서도 “시범경기엔 실력보다 운이 따른 것 같다”며 몸을 낮췄다. 실제 ‘바람의 아들’인 이정후는 “저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 부담이 되겠지만 일단 얼굴은 (아버지보다) 도영이가 더 잘생겼다”면서 “고졸 선수기 때문에 서른 살 도영이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다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대호(롯데)는 “전지훈련, 시범경기 모두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계속 울컥하는 게 있다”며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 오승환을 향해서는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니 더 오래 더 잘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추신수는 “대호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부산에서 라이벌로 함께 성장한 덕에 내가 미국까지 갈 수 있었다”고 존경을 표했다. 오승환도 “그동안 고생했고 수고했다”며 우정을 과시했다.
각 팀 감독들은 개막전 선발 매치업으로 두산 스톡-한화 김민우(잠실), KIA 양현종-LG 플럿코(광주), 키움 안우진-롯데 반즈(고척), NC 루친스키-SSG 폰트(창원), KT 쿠에바스-삼성 뷰캐넌(수원)을 각각 예고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