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만찬 회동을 한 지 사흘 만에 정권 임기 말 인사권 문제를 놓고 신구 권력이 다시 충돌했다. 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창인 박두선씨가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로 선임된 것을 놓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몰염치한 알박기 인사”라고 비난하자, 청와대는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받아쳤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에 유관기관에 대한 임기 말 인사를 중단해 달라는 지침을 두 차례나 보냈고 이런 사실을 인수위가 보고를 받았는데도, 대우조선해양은 문 대통령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박 조선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와 문 대통령 동생 문재익씨는 한국해양대 동창이다.
원 부대변인은 “정권 이양기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주장이다. 원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5년 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감사원에 조사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당선인은 박 대표 선임과 관련해 “제가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문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인수위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인수위가 이 자리를 탐낸다고 역공을 펼친 것이다.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협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손재호 구승은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