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대표 공백에도 인수위 말 기다려야 하나”

입력 2022-04-01 04:04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1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 선임에 대해 ‘알박기 인사’라고 강력 비판하며 감사원 조사를 요청키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이 ‘알박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박두선 전 조선소장을 임명하면서다. 박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동창이라는 점 때문에 현 정부 들어 상무에서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고, 이게 정권 말 알박기 인사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가 충돌하자 중간에 끼인 대우조선은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사장 임기가 끝나 새 사장을 뽑아서 임명한 것인데, 기다렸다가 인수위 추천을 받아서 임명해야 하는 것이냐며 당혹스러워 한다.

대우조선은 ‘알박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다. 전임 사장의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늘 해오던 대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신임 사장을 선임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31일 “인수위 말대로라면 대표 자리에 공백이 생겨도 기다렸다가 본인들이 추천하는 외부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건가. 만약 그렇게 됐다면 노조에서 반발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55.7%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에선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질 않아왔다. 산업은행 내부 임원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려오기도 했고, 2015년에는 이종구·조전혁 당시 한나라당 전 의원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논란을 일으켰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은 2016년 경영 비리뿐 아니라 연임 로비 의혹에 엮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외부의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됐다면 내부에서 큰 반발이 일었을텐데, 그런 논란은 없었다는 게 대우조선 측 설명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조선소장을 했던 분들이 사장으로 승진을 했고, 이는 전임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또 부사장 가운데 선임 부사장이 대표를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2명의 부사장 중 박 사장이 선임이었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박 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박 사장이 문 대통령 동생과 동창이라는 점 외에 매각을 진행 중인 회사 대표 자리에 영업이나 재무 전문가가 아닌 생산 부문 전문가를 앉혔다는 점을 들어 ‘알박기 인사’라고 주장하는 걸 두고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승진이 빠른 건 맞다”면서도 “임원 승진에는 정해진 속도가 없고, 대우조선에서만 40년 가까이 일했다면 그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데 사장 자리에 적절치 않다는 비판은 이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사장이 사내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점도 반박의 근거다.

산업은행 역시 “대표이사 후보는 이미 2월 말 선정을 완료했고, 선임 안건은 3월 8일자로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지돼 있었다”면서 알박기 인사와는 관련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위가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 한동안 잡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