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오는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다주택자에 대해 각종 세금을 중과해온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부터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간주하고 주택의 취득, 보유, 양도 전 과정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부과해왔다. 구체적으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6.0%, 취득세를 최대 12%까지 각각 인상하고 양도소득세에도 기본세율보다 30% 포인트를 중과했다.
다주택자를 옥죄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려는 정책이었지만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대 82.5%까지 치솟는 양도소득세 때문에 ‘퇴로’가 없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결국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집값은 집값대로 오르고,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전가로 임대료가 급등하는 부작용까지 생겼다. 이런 이유 등으로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231만9648명으로,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보다 20만485명이나 늘었다.
인수위가 이날 양도세 중과 배제 카드부터 꺼낸 건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줌으로써 시장에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다주택자의 경우 최근 2년 새 공시가격이 30% 이상 올랐음에도 보유세 부담 완화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4월 중 시행령 개정을 요청한 것도 이런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초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기한을 2년으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수위가 이날 중과 배제 기한을 1년으로만 제한한 것은 매물 출회 효과와 여소야대 지형을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1년을 공약했던 만큼 민주당이 제동을 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기간이 길어지면 ‘눈치’를 보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왔다.
다만 다주택자 매물은 대부분 세를 주고 있기 때문에 집주인과 직계가족의 실거주 외에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을 할 수 없도록 한 임대차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만 배제하는 건 매물 출회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는 평가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둔 인수위는 민주당에 임대차법 개정에 나설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의 핵심 조항을 개정하는 데는 미온적인 상황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