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커지는 롱코비드… 국내도 1000명 대상 조사 착수

입력 2022-04-01 04:03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직장인 박모(32)씨는 지난 2월 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증상이 심하진 않았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격리 기간 일주일이 지난 뒤 가슴 통증이 심해졌다. 병원에 간 박씨는 엑스레이 촬영 결과 폐 점막이 약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두 달 가까이 증상은 그대로다. 박씨는 “통증뿐 아니라 체력도 저하돼 피로를 금방 느낀다”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에만 1000만명이 새로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일명 ‘롱코비드(Long Covid)’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내외 연구가 적어 증상이나 기간, 치료 방법이 명확지 않다. 정부는 31일 이와 관련한 대규모 연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박씨 사례는 엄밀히 말해 국제적 기준의 롱코비드에 해당하진 않는다. 조안 소리아노 교수가 이끄는 국제보건기구(WHO)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랜싯에 게재한 논문에 롱코비드, 즉 ‘포스트 코비드19 컨디션(Post-Covid19 Condition)’을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는 3개월 내 후유증이 사라지지만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롱코비드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롱코비드는 증상도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흔한 증상으로 일명 ‘뇌안개(Brain Fog)’로도 불리는 멍한 상태에서의 건망증 등 인지 장애, 호흡곤란, 피로감, 수면장애가 꼽힌다. 같은 논문에 따르면 롱코비드 증상은 호전된 후 재발할 수 있다.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에게도 롱코비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비율로 롱코비드가 나타나는지도 불명확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관찰했을 때는 증상의 경중이나 길이를 막론하고 환자 중 10% 이상은 롱코비드를 경험하는 듯 하다”고 봤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확진자 중 19.1%가 후유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적 오미크론 변이 창궐로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도 늘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보스턴 BID 의학센터의 제이슨 말리 박사는 하바드가젯과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라고 해서 롱코비드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롱코비드를 치료할 방법은 딱히 없다. 백신이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설이 제기된 정도다.

WHO에서 코로나19 지원팀을 이끌고 있는 마리아 반 케르코브 박사는 지난달 17일 트위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연구로는 백신 접종 시 롱코비드를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국내도 대규모 연구에 들어간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14개 의료기관과 함께 60세 미만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 포함 약 1000명을 목표로 확진 뒤 3·6개월째에 후유증 조사를 진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구기관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엄 교수는 “여태까지는 당장 코로나19 상황 대응이 급해 여력이 없었기에 롱코비드 관련 연구가 다소 미뤄진 감이 있다”며 “시작이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표본을 만들어 관리하고 추적 연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