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상관이 성폭행” 피해 호소 여군, 첫 사건 무죄… 두 번째는 유죄 확정

입력 2022-04-01 04:07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시스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3년 만에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뒤집혔다. 반면 같은 피해자를 앞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령은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1일 군인등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대령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초임 장교였던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2010년 직속 상관이던 B씨로부터 여러 차례 강제추행과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며 A씨에게 이를 보고하고 임신중절수술을 했다. 그런데 A씨가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성폭행했고, 피해자는 7년이 지난 2017년 두 사람을 고소했다.

1심을 맡은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2018년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7년이 지난 시점에서 피해자 기억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두 사람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A씨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1부는 범행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사건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로 뒷받침된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A씨는 피해자의 용인 아래 자연스럽게 신체접촉 행위를 했다고 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이 통념에 비춰 자연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합리성이 없다”며 “이러한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간접사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B씨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 사건의 경우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한 정황이 있고,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판단이 달리 나온 데 대해 “두 사건은 구체적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등이 서로 달라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