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태일은 사퇴하고 노재헌은 남은 국민통합위

입력 2022-04-01 04:02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특별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의 정치분과 위원장인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명단 발표 반나절 만에 사퇴했다. 인수위는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임시 조직이다. 위원 교체도 자유롭고, 엄격한 공직 인선 기준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인수위 산하 위원회의 분과 위원장 사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지난 30일 국민통합위가 기획·사회문화·정치·경제분과 위원 17명의 명단을 발표하자, 국민의힘 쪽에서 김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했다고 한다. 김한길 위원장은 이런 불만을 김 총장에게 전달했고, 결국 김 총장의 사퇴로 정리됐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비판한 김 총장의 지난 1월 경향신문 칼럼이 문제가 됐다는 해석이 많다. 김 총장은 칼럼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을 조장해 특정 집단의 지지를 얻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이 여가부 폐지 등 정부조직 개편을 다루는 분과라면 사퇴 압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국민통합위 소속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국민통합위는 지역과 계층,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가 종료된 이후에도 국민통합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일종의 사상검증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통합위원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포함됐다. ‘부친을 대신해 여러 차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사과했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여가부 반대론자는 사퇴하고,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은 남았다. 위원회 분과 위원장 자리도 이런 식인데, 본격적인 국정운영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국민통합 구호는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유능함이나 경제 같은 단어가 대신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말하는 국민통합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