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장기 채권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다. 채권을 보유한(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변제 기간이 길수록 그에 따른 기회비용 차원의 기간 프리미엄이 얹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채권시장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2년 반만에 2년만기 국채 금리가 2.39% 부근에서 10년만기 국채 금리를 추월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16~17일 7년물과 10년물, 5년물과 10년물 간의 금리 역전이 생겼지만 시장에서는 2년물-10년물 역전을 본격적인 경기침체의 신호로 본다. 단기금리 상승은 시중에 단기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잇따른 장단기 금리 역전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자리잡은 반면 성장률 기대치는 낮아진데 기인한다. 그러나 금리 역전 이후에도 경기침체까지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므로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금리 역전 우려가 커지자 지난 25일 연준이 ‘수익률곡선(걱정하지 마라)’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진화에 나섰다. 이 보고서는 2018년에 같은 제목으로 발간됐던 걸 최근 금융상황을 감안해 업데이트한 것이다.
보고서의 요지는 2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역전 보다는 ‘단기 포워드 스프레드’의 움직임을 봐야 경기침체 여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용어는 현재부터 18개월 뒤의 3개월 선도 국채금리와 현재의 3개월 국채 금리의 차이를 말하는데 이 18개월 기간의 금리전망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스프레드와 유사한 3개월 만기 국채 금리와 10년만기 국채 금리간 차이가 다른 장단기 금리차와 달리 오히려 벌어지고 있으므로 너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연준은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이 스프레드를 언급하면서 강한 긴축의 논거로 활용했다.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연준이 긴축을 더 강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965년 이후 최근까지 10년물과 3개월물 국채 금리가 역전했을 때 평균 39주의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면서 “역전 기간 주요 지수별 수익률을 보더라도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18개월 기간의 기준금리 전망이라는 부분에 집중해보면 아직 침체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 “연준이 인상을 수차례 단행한 후 중립금리 수준에 가까워져야 침체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